응답하라 1997(tvN, 2012.07.24~2012.09.18, 정은지 서인국 신소율 은지원 호야 등)

서태지와 아이들, 신승훈, 김건모, HOT, 젝스키스, 조성모, 터보, SES, 핑클, 그리고 아담 등등 모두 1980년 대 초에 태어난 사람들에게는 모두 그립고 익숙한 이름들일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심종민입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드라마에 관해서 적어볼까 합니다. 케이블 TV에서 한 응답하라 1997을 얼마 전에 보게 되었습니다. 1997년은 HOT와 젝스키스라는 아이돌 가수가 굉장히 경쟁을 하는 시기였고, 제가 중3이었던 시기였습니다. 드라마의 배경은 1998년에 수능을 치는 80년생인 것 같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세세한 부분에서는 옥의 티도 있었지만, 많은 가수들이 주연을 맡아서 그런지 배경 음악 하나만큼은 정말 제가 고등학교 시절을 잘 표현한 것 같았습니다. HOT, 젝스키스의 노래는 물론이고, 조성모, 터보, 아담, 공일오비 그리고 야다 등 제가 고등학교 때 활동했던 많은 가수들의 노래들이 배경음악으로 나오니까, 제가 마치 드라마 속에 있는 것 같이 그 시절의 생각이 엄청 났습니다. 그리고 말투가 경상도 사투리여서 더욱 공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의 내용도 청춘 드라마에 맞게 그 시절 우리가 놀았던 이야기와 연애이야기, 연예인 이야기, 그리고 청소년 때에 방황했던 이야기로 나와서 굉장히 공감이 되더군요. 성시원의 남편이 누구인지 끝까지 가르쳐 주지 않는 것도 약간은 짜증나지만 나름 흥미를 유발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청소년 때 제가 고민하던 것들을 주인공들이 청소년의 입장에서 나레이션으로 하던 게 아주 좋았습니다.

특히 저는 고등학교 때 남녀공학이어서 많이 공감이 갔습니다.

친구와 같이 짝사랑하던 사람에 관해서 밤새워서 이야기하면서도, 막상 그 사람 앞에서는 아무말 못 하던 때.

소풍 가서 반애들끼리 간소하게 장기자랑하고, 전교생이 다시 모여 장기자랑하던 때. 장기자랑할 때 정말 유치하지만 과학을 개그 소재로 이용했던 것도 기억이 납니다. 앞 뒤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단, 항문과 대변과의 마찰력은 무시한다." 대사는 아직 기억이 납니다.

1학년 가을 소풍으로 갔던 지리산 등반. 하루 7~8시간을 계속 올라가며 걷고, 내려오며 걸었던 하루. 그리고 몇몇은 갔다 와서 쩔뚝쩔뚝 거렸었지요.

가을 야영에서는 저녁에 다같이 놀고는 야심한 밤에 Dance time, Blues time을 시도하다 선생님들한테 걸려서 실패했던 기억이 납니다.

고등학교 1학년과 2학년 때 겨울에 했던 축제도 기억이 납니다. 다른 학교 학생들은 거의 안 오고, 우리끼리의 축제이기는 하지만, 전야제부터 당일 밤까지 정말 재밌게 놀았고요. 그 당시에 반티, 기티 등 여러 개 만들어서 입었는데, 지금은 다 어디 갔는지 모르겠네요. 2개 씩 만들어 놓을 걸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기억에 어렴풋이 남아서 추억이 되기 때문에 아쉽지는 않습니다. 하나 다행인 것은 디지털 시대에 막 접어드는 때라 디지털 카메라가 없었기 때문에 다행입니다. 디지털 카메라가 있어서 사진은 괜찮지만, 동영상이 남았더라면, 정말 낯 뜨거웠을 것 같습니다.

예비 고3 겨울에 주임선생님께서 문학을 직접 느껴 보려면 직접 가보아야 한다고, 남도를 여행한 것도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는 별로 느끼지 못했었지만, 그래도 좋았던 여행이었고요.

체육대회도 반도 적고, 학생 수도 적어서 다같이 많이 참여해서 즐겁게 즐겼던 기억이 나고요. 고3 때 최약체인 저희 반이 우승해서 담임선생님이 기분이 좋았던 것도 기억이 납니다.

2000년 고3 때 수능 날, 수능이 생긴 역사 이래로 가장 춥지 않은 날이었습니다. 저는 수능을 못 쳐서 시름시름 앓았던 기억도 납니다.^^
재수 할 때 서울에서, 부산에서 다같이 노는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재수해서 방황하던 기억도 납니다.

대학교 다니면서도 서울에서 동문회를 하면서 동기 친구들 뿐만 아니라, 선후배님과 같이 놀았던 기억도 나고요.

대학교 때, 그리고 20대 후반이 되고, 30이 되어서도 (30 넘어서는 저는 시간이 없어서 못 갔지만요.) 기모임, MT 때 즐겁게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 모든 것이 이 드라마 하나 덕분에 생각이 나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옛 생각 많이 나게 해주는 드라마였습니다.

1978~1987년 생들은 한번 즈음 꼭 보았으면 하는 드라마이고요. 그 나이 대의 자식이 있는 어른들이 봐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은 드라마에서 인상적이었던 나레이션을 모으면서 끝을 맺을까 합니다.


난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형이 내 기지로 들어와 집을 짓고 공격하기 전까지. 디데이를 준비하는데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완벽한 준비를 했다고 방심해서도 때와 틈을 놓쳐서도 안된다. 디데이는 승리 혹은 패배. 딱 두 가지의 결과만을 내주기 때문이다. 내 인생의 첫 번째 디데이. 1998년 11월 18일. 난 치밀하게 준비했지만 처참히 패배했다. 패배의 원인은 정찰실패.
-8화, 윤윤제의 나레이션-

관계에는 난이도가 있다. 내게 윤제는 그중 가장 쉬운 레벨의 관계. 설명하기도 무지하게도 쉬운 그저 그런 평범한 소꼽친구 관계였다. 하지만 이날 어렴풋이, 아주 어렴풋이 깨달았다. 어쩌면 우리도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관계로의 점프가 가능하단 사실을. 난이도 최상의 관계. 바로 남녀 관계로 말이다.(성시원)

서로 다른 것을 기대하고, 서로 다른 것을 바라보며, 서로 다른 꿈을꾸는 두 남녀 사이에 벌어질 일이란 지속적인 사랑과 전쟁 뿐이다. 토라지고 달래주고, 다투고 화해하고, 상처주고 안아주는 변턱투성이 조울증 환자 같은 관계. 하지만 남녀관계의 가장 어려운 점은 사랑하는 타이밍이 같지 않다면 시작 조차 불가능 하다는 점이다. 참 까탈스럽고 까다로운 관계.(윤윤제)
-11화-

십대가 질풍노도의 시기인 건 아직 정답을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말 날 사랑해 주는 사람이 누구인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 답을 찾아 이리쿵 저리쿵 숱한 시행착오만을 반복하는 시기

그리고 마지막 순간 기적적으로 이 모든 것의 정답을 알아차렸을 때
이미 우린 성인이 되어 크고 작은 이별들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 해 겨울, 세상은 헤어짐 투성이었다.
-12화, 성시원의 나레이션 중-

당신이 좋은 이유?
그저 그사람이라서... 바로 너라서... 이것 말고 다른 이유가 또 있을까?

차라리 이유를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널 좋아하지 않을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정 피할 수 없다면 원하는 건 딱 한가지 뿐이다.
오래 두어도 진정 변하지 않을 사람으로 남기를 바랄 뿐이다.
가슴 시린 우리의 사랑을 위하여...
-10화 강준희의 나레이션 중-


저마다의 첫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첫사랑의 그가 아름다웠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첫사랑의 시절엔 영악하지 못한 젊음이 있었고, 지독할만큼 순수한 내가 있었으며,
주체할 수 없이 뜨거운 당신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다시는 그 젊고 순수한 열정의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첫사랑은 무모하다. 영악한 계산없이 순수와 열정만으로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는 결국 실패한다. 하지만 그래서 극적이다. 다시 가져볼 수 없는 체온과 감정으로 얽혀진 무모한 이야기들. 그래서 내 생애 가장 극적인 드라마다. 그리하여 실패해도 좋다. 희극보다는 비극적 결말이 오래남는 법이며, 실패한 첫사랑의 비극적 드라마 한 편쯤 내 삶 한자락에 남겨두는 것도 폼나는 일이다

첫사랑은 시절이다. 흘러가면 그 뿐이다. 이제 맞게 되는 시절엔 새로운 사랑에게 기회를 주어야 한다. 첫사랑의 체온과 순수함은 아닐지라도 그 상처로 인해 조금쯤 자라고 성숙해진 어른의 사랑을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는 사람만이 사랑을 꿈꿀 수 있다.
-16화 중 윤윤제의 나레이션-

      취미이야기/영화, 드라마, 다큐  |  2012. 12. 8.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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