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기출 문제집(북하우스, 2009.10. 강도하 김남희 김진혁 명진스님 등 공저)

토요일 오후, 전공의 교육이 있었습니다. 요즈음 개인적인 일로 조금 지쳐 있고, 토요일이라서 조금 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토요일 오후를 다 잡아 먹어서 참석하기 싫었지만, 병원 전공의에게 주어진 의무이니까 참석하였습니다. 교육의 마지막 부분, CS교육(CS가 무엇의 약자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친절교육이라고 합니다.)이 저에게는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연자는 예전에 인턴 교육 때도 강의하신 본원 간호사 출신 박미옥 선생님이셨습니다. 정말 한마디 한마디가 주옥 같았고, 마음 속에 새기고 싶었습니다. 그 중에 기억 남는 것을 제가 읽었던 책과 함께 복습해보려고 합니다.

- 위기는 또 다른 기회입니다. 그것은 준비된 사람에게만 기회입니다.-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제가 소개하는 내용은 짧지만, 여러 장의 슬라이드로 전혀 지루하지 않게, 여러 인상적인 사진, 문구들을 써가면서 굉장히 인상적으로 강의하셨습니다.)

그 강의를 들으면서 인생기출 문제집이라는 책의 서희태님(서울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 지휘자, 한국 공연 예술교육원 교수,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예술 감독, 마땅히 호칭이 생각나지 않아 님이라고 썼습니다.)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 중에서 부분부분을 인용해보겠습니다.

- 당시 의대 교수이셨던 아버지는 아들이 음악가가 되는 걸 원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음악에 대한 사랑으로 홍역을 앓던 아들은 결국 그 뜻을 거역하죠. 레슨 한 번 받지 않고, 음악시간에 배운 가곡을 불러 음악대학에 합격했습니다. 네가 하고 싶은 길을 택했으니 앞으로의 삶도 네 몫이라고 하신 아버지,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스로 학비를 벌어 공부했지만, 늘 즐거웠습니다. 하고 싶은 음악을 공부할 수 있었으니까요. -

CS 교육이 끝나고 생각이 나서 이 책을 다시 펼쳤습니다. 법륜 스님이 떠오릅니다. 분명 이렇게 말씀하셨을 것입니다.

“음악. 아버지께서 반대하시지만 본인이 하고 싶으면 하세요. 인생 한 번 살지 두 번 삽니까?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어떻게 압니까. 본인이 하고 싶은 거 본인이 결정하고 본인이 하는 겁니다. 단, 아버지의 반대를 무릎쓰고 하는 거니까 경제적인, 그리고 다른 부분에서 아버지의 지원을 바라면 안 되는 겁니다. 아버지의 뜻대로는 하기 싫고, 아버지의 경제적인 지원은 받고 싶고, 그것은 욕심입니다. 욕심인 거에요. 본인의 결정한 거, 스스로 학비를 벌어 공부하는 거, 굉장히 잘하는 거에요.”

그리고 다시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겠습니다.

- 우연히 교내 오케스트라 리허설 장면을 보게 됐는데 그것이 또 다른 사랑의 시작이었습니다. 빠밤, 빠밤, 빠밤, 천천히 우 a직이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멜로디. 베토벤 교향곡 9번 1악장이었습니다. 한참을 홀린 듯 그 자리에 서있었죠. 그 순간 ks는 우주의 소리를 들은 겁니다. ..중략.. 이후 베토벤을 흠모하게 됐습니다. 학교 도서관에서 베토벤 이야기가 씌어 있는 책은 다 읽었어요. 베토벤과 관련되 기사가 실린 잡지는 모조리 찾아봤죠. ..중략.. 그가 살던 집과, 그가 산책하던 길, 그가 자주 가던 레스토랑, 그가 남긴 악보, 글, 모든 것을 보고 느끼고 싶었습니다. 결국 빈으로 떠낫습니다. 베토벤을 만나기 위해서.

빈에 도착한 후 낯선 동유럽이 보고 싶어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우선 리스트 음악원을 찾아갔죠. 헝가리 최고의 음악가 리스트의 이름을 딴 학교답게 악기며 연습실, 홀 등이 모두 정말 멋지더군요. 나는 곧바로 교학처에 찾아가 어떻게 하면 이 학교에 다닐 수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한국에서 온 ‘서Suh'라고 이름을 밝히면서요. 그랬더니 그 사람들이 말하길, “이미 합격이 되어 있으니 지도교수님을 찾아가 레슨 스케줄 잡으세요. 학비는 구백 달러이고 오늘까지 내셔야 합니다.” 어안이 벙벙했지만, did 볼에 키스를 하며 반기는 지도 교수님을 뵙고 난 후 가진 돈을 탈탈 털어 등록을 했습니다.

레슨이 잡힌 다음 날, 학교는 발칵 뒤집혀 있었죠. 또 다른 합격자가 나타난 것입니다. 그의 이름은 ‘수Soo'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한국 이름을 알 턱이 없던 헝가리 사람들에게 ’서Suh' 와 ‘수Soo'는 똑같이 ’수‘였던 것입니다. 마침 그날이 ’수‘가 오기로 한 날이었고요.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진짜 ’수‘는 비행기 연착으로 하루 늦게 도착했다고 합니다. 결국 학교에서는 두 명의 ’수‘ 모두 학생으로 받아줬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또 다른 나의 음악 인생이 시작되었죠. 지금 생각해도 그것은 기적 이상의 일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우주의 소리가 음악 속으로 나를 끌어들인 것이 아닐까요? -

이 야이기는 내가 다른 사람을 가르칠 때 굉장히 많이 하는 이야기 중의 하나입니다.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기회가 왔을 때 차이가 난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제가 짧은 인생이지만 살아가면서 느낀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기회는 갑자기 찾아옵니다. 그럴 때를 대비해 우리는 항상 준비해야 합니다.

CS교육에서 박미옥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도 그것이었습니다. 기회가 왔을 때 준비를 해놓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 준비를 하기 위한 것은 바로 ‘실천’이라고 하였습니다. 서태희님께서 글에서는 비록 써놓지는 않았지만, 비록 입학을 우연히 하였지만, 리스트 학교를 찾아갔을 때 준비된 음악 실력이 없었으면 그 학교를 계속 해서 다닐 수 있었을까요? 평소에 음악을 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으로 연습을 실천하였기 때문에 우연히 나타난 기회를 덥석 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토요일 날 저와 같이 일하는 한 선생님과 같이 일하다가 중간에 나온 이야기로 마무리를 지을까 합니다. 전공의 교육을 가기 전에 한 이야기입니다. 조금은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선생님, 나 질문이 있어. 지난 번에 스님께도 한 번 여쭤봤는데, 마음에 안 와닿아서 그래. 간절히 바라는 것과 욕심의 차이는 뭘까요? 간절히 바라는 것도 소망, 욕심도 소망, 어떻게 보면 같은 것 같지 않아요?”

곰곰히 생각하다가 말했습니다.

“흠.. 노력의 유무 아닐까요? 간절히 바라면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을 해야 하는데, 열심히 노력하면서 그것을 얻기를 원하면 간절히 바라는 것이고, 노력하지도 않으면서 그것을 얻기를 원하면 욕심인 거 같은데요. 예를 들면 아마 법륜 스님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실 거에요. ”맛있는 게 먹고 싶으면 있으면 먹으세요. 인생 한 번 살지 두 번 삽니까?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어떻게 알아요? 다만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싶고, 좋은 몸매도 관리하고 싶다.라면 그것은 안 되는 거에요. 그것은 욕심이에요.“

라고 했더니, 그 선생님께서는 굉장히 동의하셨습니다.

(요즘 법륜 스님 말씀이 너무 좋아서, 자주 씁니다.^^;;)

저 역시도 하고 싶은 것이 많고, 그것들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을 실천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2012년 가을 단풍이 예쁘게 물들고 있습니다. 일하느라 다들 바쁘시겠지만, 시간 한 번 내어서 단풍놀이 하면서, 자신에 대해 한 번 성찰하는 시간들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하십시오.

      취미이야기/책, 만화  |  2012. 10. 22. 00:25



심종민's Blog is powered by Da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