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별(김형경 지음, 푸른숲, 2009.11)
애도 심리 에세이

안녕하세요? 심종민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이별, 약간은 무겁고 부담스러운 주제의 책입니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이라는 소설로 처음으로 김형경 작가님의 책을 만나게 되었고, 그 책은 두 여자 주인공이 연애를 하면서 겪게 되는 심리 과정을 생생히 묘사한 그 내용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책이었습니다. 그 작가의 또 다른 책인 [좋은 이별]을 이렇게 만날 기회가 있어서 아주 좋았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원하든 원치 않든,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 없는 수 많은 이별을 하게 됩니다. 어릴 적에 유치원에 다니게 되면서, 부모님과의 잠시 동안의 이별,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이렇게 상급학교로 진학하게 되면서 친구들과의 이별, 중간에 전학을 가면서 예상치 못한 이별, 나이가 들면서 찾아오는 가족들의 죽음으로 인한 이별,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 등 많은 이별을 마주치게 됩니다.

죽음을 맞이하는 심리 단계를 얘기한 퀴블러 로스의 5단계의 심리 과정은 굉장히 유명합니다. 그 과정은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 인데요. 물론 이것보다 더 많이 과정이 있다고 주장하는 정신과학자도 있고, 5단계가 과정 중에 1~2개가 생략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한 심리 과정이 이별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우리에게도 애도 문화가 있었다. 3일 동안 죽은 사람 곁에 머물기, 억지로라도 소리 내어 '아이고, 아이고' 곡하기, 장례 후 일주일간 상석 올리기, 49일 동안 일곱 번 떠난 사람의 평온 빌어주기. 예전에는 그런 의례들을 형식적인 겉치레 의식이라 여겼지만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그런 의례는 떠난 사람을 잘 보내기 위해서뿐 아니라 남은 이들의 상실감을 쓰다듬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절차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슬픔의 문제가 한 번 크게 우는 것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 두고두고 반복해서 경험해야 한다는 사실에 기반을 분 의식이라는 것도 짐작되었다.]

책에 나오는 한 부분인데요. 우리의 장례식 문화가 죽음이라는 이유로 이별을 맞이한 사람에게 정상적인 생활로 조금 더 잘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놀랐습니다. 그것도 경험적인 지식으로 말이지요. 3일 동안 죽은 사람 곁에 머물면서 사별에 대한 부정 단계를 넘어가게 해주는 것이고요. 소리를 내며 우는 것은 분노의 느낌을 뱉어내라는 것이겠고요. 49일 동안 평온을 빌어주는 것은 떠나보내는 이에 대해 타협을 하는 것이고, 우울-수용의 단계까지 거치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작가는 이별에서 느끼는 각 단계 마다 할 수 있는, 하면 좋은 것들을 적어놓고 설명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문학 작품과 실제 인물들의 예를 들면서 좋은 이별을 한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들을 설명하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별을 하는데 있어서 '좋은' 이별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이별은 삶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작가는 이별로 인한 상처를 좋은 방법으로 마무리짓자는 뜻인 것 같고요. 그래서 이 책은 헤어짐에 관해 따로 가르침을 받지 못 하는 현대인에게 좋은 책으로 생각됩니다.

 

      취미이야기/책, 만화  |  2012. 12. 28.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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