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이 번지는 파리지성여행(김현정 저, 쉼, 2012.10)

-Prologue-
 "혹시 한국에서 왔어요?"
허리가 굽은 할머니는 콕 집어 그렇게 물으셨다.
-중략-
"프랑스나 독일 같은 곳에서 몇 년 살아보면 어때요? 그 나라들은 완벽하진 않지만 분명히 좋은 경험이 될 거예요."
"저도 그러고 싶어요. 짧은 여행만으로는 아쉽기도 하죠. 하지만 한국에 부모님도 계시고 일도 해야하고 언어도 안 되고 유럽에서 뭘 하면서 먹고살지도 모르겠고 결혼했기 때문에 남편과도 조율해야 하고... 여러 조건이 걸려요."
그랬더니 할머니의 대답은 이랬다.
"늙은 것보다 나쁜 조건은 없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 불이 반짝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안녕하세요? 심종민입니다. 벌써 2012년 의 90%가 지났습니다.  11월 마지막 글을 독서 후기로 마감할까 합니다. 시간이 너무 빠릅니다. 아직 31살 밖에 안 되었는데요. 나이가 들수록 빨라지는 느낌입니다. 이번에 사게 된 [설렘이 번지는 파리 지성여행]은 Prologue에서 나오는 위의  단락 하나가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사서 읽게 된 이유였습니다. "늙은 것보다 나쁜 조건은 없어요." 저는 아직 젊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굉장히 공감이 갑니다. 20대 때 하지 못 했던 것들, 그 때 못하면 20대 때로는 돌아가서 할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리는 거죠.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장기적으로 하고 싶은 것들, 단기적으로 하고 싶은 것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는 가정 환경, 직장 그리고 경제적인 조건 등 여러가지 문제로 난관에 봉착하지만, 딱 하나 [늙은 것(좋은 표현은 아닌가요....)]보다 나쁜 조건은 정말로 없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직장과 경제적인 조건이 저를 쉽게 놔두지는 않지만,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위해서 좀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책은 3개의 파트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Part 1. 파리에서 그를 만나다.], [Part 2. 파리에서 그림을 만나다.], [Part 3. 다시, 파리에서 사람을 만나다.] 이렇게 사람과 그림, 그리고 다시 사람의 이야기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제가 예술적인 소양, 안목이 부족해서 그런지, 각종 미술관과 박물관, 그리고 그 안의 작품과 작가들을 소개하는 part 2는 조금 지루하더군요.

Part 3에 나온 내용들을 조금 소개할 까 합니다.

"신기하게도 뉴스는 파업으로 경제적 손실을 얼마 입었는지, 시민과 여행객이 어떤 불편을 겪었는지 다루지 않았다. 노동자의 요구사항이 무엇이며 협상이 어디까지 진전되었는지 하는 내용이 전부였다. 대규모 파업을 하고 있는데 주변에서 경찰을 볼 수 없다는 사실도 인상적이었다."

우리 나라 뉴스와는 정말 대조적입니다. 우리 나라 뉴스는 노동자측의 입장을 이야기해주는 뉴스, 기사는 별로 못 봤다. 다만, 파업으로 인해서 회사가 입는 손해, 사회, 다른 사람들이 입는 피해를 주로 이야기합니다. 프랑스가 100% 옳은 것은 아니겠지만, 양쪽 모두의 입장을 골고루 들어보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하면 '좌파'라고 규정지어서 별로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책에 내용이 나왔으니까요.)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탄압을 규탄하는 시위 현장에서는 경찰과 마주쳤다.촛불을 든 참가자 중에 프랑스인도 보였다. 어떤 생강으로 나왔는지 물어볼 겸, 그쪽으로 다가가 사진을 찍는데 경찰이 제지했다. '어느 나라든 경찰은 사진 못 찍게 하는 게 직업이야?' 하는 반발이 들었지만 남의나라인지라 그저 이유를 물었다. '원칙적으로 시위 현장은 촬영이 금지돼 있다.' 정도의 빤한 대답을 기대하면서.
 그러나 경찰의 대답을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이들 중에는 불법체류자도 있습니다. 당신이 사진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면 불이익이 닥칠 수도 있어요, 당신도 알다시피 프랑스에도 바보는 많거든요." 놀라서 경찰관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키가 훌쩍 큰 그는 가볍게 미소를 짓고는 돌아섰다. 나는 말 잘듣는 아이처럼 사진기를 껐을 뿐만 아니라 가방에 집어넣기까지 했다. 어떤 식으로든 그들의 인권의식에 존중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제 예상과도 빗나간 경찰의 답변이었습니다. 불법체류자의 인권도 생각을 하네요. 이것을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범법 행위에 대한 처벌이 먼저 인지 인권이 먼저인지 잘 모르겠네요. 천부인권이라고 하니 인권이 먼저일까요..?? 아무튼 우리 나라에 있는 불법체류자들에 대해서 인권을 존중하되, 그들의 범죄행위는 엄격하게 처벌했으면 합니다. 우리나라보다 경제력이 좋은 나라이든 아니든 구별하지 않고.

"학교에 있어야 할 고등학생이 도대체 무슨 사연으로 생미셸 대로를 점령했을까 싶어 한 명을 붙잡고 물어보았다. 대답하길, 프랑스의 교육정책이 경쟁을 강화하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란다. 직접 쓴 피켓과 플래카드 문구중에 '빅토르 위고'라는 글씨가 보였다. 위대한 작가의 이름을 근거로 시위할 수 있다는 게 부러웠다. 저 말을 아이들이 빅토르 위고를 읽었다는 뜻이고, 빅토르 위고가 좌파든 우파든 모든 사람에게 통하는 '국민작가'라는 뜻도 된다. 한국은 학생들이 너무 바빠 책읽을 틈이 없어 '요약본'으로 대신하고, 진짜 애국자에게도 '좌파' '빨갱이' 딱지를 붙여 아직 '국민작가'가 없지 않은가."

우리 나라에 생각나는 국민작가라고 하니, 딱히 생각나지 않습니다. 굳이 생각하자면, '강풀'작가님 정도..??^^;; 아무튼 우리나라 학생들도 경쟁 보다는 개인에 능력에 맞춰 특화시키는 교육이 되었으면 좋겠고, [시험을 위한 요약본]이 아닌 풍요로워지는 삶을 위한 독서를 많이 했으면 합니다.

파리 여행 중 특히 미술관과 박물관에 관해서 알아보고 싶은 분들과 여행 에세이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1달 남은 2012년, 마무리 잘 하시고, 독서도 시간 내서 틈틈이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취미이야기/책, 만화  |  2012. 11. 30.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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