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의 절대권력을 가졌던 연산군, 하지만 참담한 결과.

우선 작가의 후기를 먼저 이야기하자면, 세조 집권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단종실록’이 왜곡됐듯이, ‘연산군일기’ 또한 반정 측의 명분 확보를 위해 많은 왜곡이 가해졌다고 한다. 연산의 성격 파탄적인 면이나 기행, 악행, 폭정, 무절제한 향락, 패륜 등이 강조, 과장되었고, 내용 면에서도 부실하다고 한다.

빡빡한 군주수업을 경험했던 성종은, 대개 세자 나이 여덟 살이 되면 성균관 입학례를 행하고 본격적인 수업이 들어가게 되나 연산은 열두 살에야 입학례를 치른다. 그리고 여름에도 쉬지 않고 공부했던 성종은 세자에게는 날씨가 너무 더우니 여름에는 조강만 행하도록 한다. 과연 자신이 경험해본 것이 별 도움이 안 되어서 그랬던 것일까? 자신을 질투하고 시기했던 전 부인의 아들이라 그랬을까?
연산 초기 4년은 큰 사건은 없었다. 연산군과 대간이 부딪치지만, 성종 때와 비슷하게 왕이 대간이 이기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연산군은 왕권을 강화시키려고 애쎴다. 대신들을 적절히 자기 편으로 만들면서 대간들을 견제하려고 했다. 첫 4년은 왕권을 강화시키는 왕으로서 잘 수행해나갔다.
그렇게 4년이 지나고 연산군은 드디어 폭발했다. 무오사화를 일으키고 왕권을 강화시켰다. 무오사화는 설명하기 너무 어렵다. (-_-;) 사림 세력과 훈구 세력의 당파 싸움이라 할 수도 있고, 김종직 제자들과 세조의 공신들의 싸움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게 실록으로 인하여 싸움이 났을 때, 연산군은 훈구세력의 편을 들어주고, 대간 세력을 견제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유자광 역시 이를 틈타 권력을 가지게 된다. 과연 연산군은 대간 세력을 끌어내리는 것을 것을 계산하고 무오사화를 일으킨 것일까? 무오사화 후 잠시 태평성대를 누린다. 사림에 대한 유화조치를 취하기도 하고, 민생문제에도 나름대로 신경을 썼던 것이다.
단종 1년에 급제하고, 세조의 총애를 받은 노사신. 성종조에 들어서도 여러가지 책을 편찬하는 등 대표적인 학자였다. 그러나 성종 말년 이후 대간들의 주 공격 대상이 되었는데, 대간의 지나친 활동에 대해 비판적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연산과 대간이 부딪칠 때 역시 연산의 입장을 지지하고 나섰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역사에 간신으로 이름을 남기지는 않았다. 무오사화 때 대형 옥사로 번질 듯하자 노사신은 사안을 축소시키려고 고군분투했다고 한다. 실제 그로 인해 많은 사림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무오사화가 마무리되고 얼마 안 있어 노사신을 세상을 떠났고, 그가 연산에게 남긴 유언은 “신의 소원은 상벌이 적절히 행해지게 되는 것과 전하께오서 부지런히 경연에 납시는 것 뿐이옵니다.”이었다. 무오사화 이후 노사신이 연산군 곁에 남고, 유자광이 죽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나중에 연산군이 죽였을지도 모르지만.
취향에 관해서는 연산군은 부왕인 성종과 많이 닮았다고 한다. 시를 좋아하고, 그림 애호가였으며, 사냥도 좋아했다. 그러나 둘의 기질이 결정적으로 달랐는데, 성종은 대간의 눈치를 보는 반면, 연산군은 거침없이 자신의 뜻대로 했다.
하지만 연산군은 왕이 된지 5년 정도 지나면서 자신의 생활을 마음대로 한다. 씀씀이가 해퍼지고 특이한 물건에 대한 요구가 많아졌던 것이다. 그러다 연산군 9년 2월에 대간들은 시정전반에 걸친 상소를 올린다. 그 이 후 연산군 10년부터는 연산군의 피바람이 몰아치는 정치를 했던 시기이다. 성종의 후궁들을 그녀들의 아들들로 하여금 몽둥이로 치라고 하고, 인수대비를 찾아가 왜 자신의 어머니를 죽였냐고 한탄한다. 그렇게 갑자사화의 막이 오르고,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은 대신, 대간들을 모두 죽이거나 유배시켜 버린다. 그렇게 피를 통해 얻은 절대 왕권은 2년 후 중종 반정을 통해 왕위를 내주고 만다. 그 과정에서 연산의 아들들은 각기 따로 유배되었다가 이내 사사되었다고 한다. 그 중 연산과 달리 반듯하여 조정의 기대를 받았던 세자 황도 있었다. 아버지 때문에 억울하게 죽은 세자였다.

아무런 목적 없이 이루려고 했던 왕권강화의 말로는 결국 반정으로 끝이 난 것이다. 연산군이 백성을 위한 정치, 깨끗한 정치,  구분 없는 인재를 등용하는 정치 등의 하나의 목적이라고 가지고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사람을 좀 더 죽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취미이야기/책, 만화  |  2008. 11. 5.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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