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 때문에 나라를 망쳤던 선조.
조선 최초의 방계인 선조. 명종에게 있었던 세자가 어릴 적 죽는 바람에 또 다시 준비되지 못 한 인물이 왕이 되었다. 조선 왕조 실록을 읽다 연산군일기만큼 화가 나는 부분이 선조실록이다. 작가에 따르면 선조실록은 분량은 많지만 기록이 너무도 부실하다고 한다. 사건들은 모호하고 인물들도 뚜렷이 다가오지를 않았다고 한다. 그 와중에서도 눈에 띠는 인물은 이이와 이순신이었다고 한다. 내가 읽어본 박시백의 조선왕조역시 그랬다. 이이 위인전과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보는 느낌이었다. (난중일기는 못 봤지만.)

16세에 왕위에 오른 선조는 인순왕후가 섭정을 함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7개월 만에 섭정을 거두고, 열일곱 살인 선조에게 모든 것을 넘겨준다. 선조 즉위 초기에는 기대승과 이황이 있었지만, 노소간의 갈등으로 이황과 기대승은 물러나고, 이이가 등장한다. 어려서부터 학문에 남다른 능력을 보였던 이이는 스승이기도 한 어머니 사임당 신씨를 잃고 깊은 실의에 바진다. 이 때 죽은 뒤에까지도 비난받게 되는 결정을 내리는데 금강산의 절로 들어간 것이다. 이 때 나이 열아홉이었다고 한다. 입산한 그는 1년 동안 불경을 파고 들었고, 어느 날 다시 유고 경서를 펴든 그는 문득 깨달음을 얻었고, 그 길로 하산했다고 한다. 29세가 되는 명종 19년에 문과에 장원급제하면서 관직에 들어선 뒤 선조 1년 홍문관 교리에 제수되면서 경연에 임하게 되는데, 경연장은 곧 그의 독무대로 바뀐다고 한다. 그리고 천재 소리를 들으며 최고의 엘리트로 살아온 이답지 않게 나라와 백성이 처한 구체적 현실에 깊은 관심을 가졌고, 문제 해결에 대해 절박한 사명감을 지니게 되었다고 한다. 정말로 나라에 꼭 필요한 정치인이다. 그리고 경연 때마다 경장(정치적, 사회적으로 묵은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냈다. 그리고 그는 독학했기에 서경덕이나 이황, 조식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학설이나 처신에 비판할 부분은 비판을 했다고 한다. 반면 그들의 제자들은 자신의 스승을 절대화하는 경향이 강했기에 독학파인 율곡과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왕의 기분을 고려해 듣기 좋게 말할 줄도 몰랐다고 하는데, 이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러다 왕이 이이의 주장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지체 없이 사직했다가, 다시 부르면 사양하다가 나오면 또 경장을 주장했다고 한다. 그리고 물러나서 학문에 매진할 때도 중앙정치의 흐름에 관심을 기울여 바른 정치와 경장의 필요성을 논했으며, 동 서의 화합에 힘을 보태려 했다고 한다. 그러다 선조 15년부터 이이는 왕의 신임을 받기 시작해 권력을 얻기 시작하고, 그는 때가 왔다고 여기고 의욕적으로 일한다. 그리고 경장 주장도 구체화했다고 한다. 왕도 전에 없이 전폭적으로 호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그러다 이이 역시 조광조와 같이 실수를 범하고 만다. 북방 관련해 일처리를 조치를 먼저 시행하고 보고하는 실수를 하고 만 것이다. 그래서 대간을 비롯한 삼사의 공격을 받게 되어 물러나고 만다. 하지만 선조는 계속 이이를 등용하고자 하는 듯을 비추는데, 선조의 일생을 통해 한 신하에게 이 정도의 애정과 신뢰를 보인 일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다고 한다. 작가의 판단으로는 ‘처음에는 동인을 제어하기 위해 이이를 발탁했지만 지내보니 정말로 군자더라고’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한다. 선조가 이순신도 한 번 제대로 믿어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다. 나라의 근본을 수술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모처럼 왕의 신임 아래 의욕적으로 일했지만, 그 기간은 고작 1년 남짓밖에 되지 못했다. 탄핵으로 사진하고 물러난 지 석 달 뒤 49세의 일기로 세상을 뜨고 만 것이다. (선조 17년) 너무 아까운 인물이다. 딱 5년만 더 살아줬더라면 조선은 정말 많이 변할 수 있었을텐데.
고독했던 율곡의 가치를 알아주었던 이들로는 백인걸, 박순, 성혼, 정철 등이 있다고 한다. 백인걸과 박순은 이이의 한참 선배 뻘로 이이를 매우 좋아했다고 하고, 성혼과 정철은 벗으로 학문적 견해 차이가 있지만, 사이는 아무런 장애가 없었다고 한다. 정말 멋진 사람들이다. 고독했던 이이 옆에 그들이라도 있었기에 이이가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백인걸, 박순, 성혼, 정철도 아주 훌륭한 분들이다.

그리고 선조하면 생각나는 것은 임진왜란이 있다.(선조 잘못은 아니지만.) 그 당시 일본에서는 도요토미 히데요시(풍신수길)가 일본을 통일하고, 대륙(명나라)을 넘보게 된다. 그리하여 조선에 도움을 청하고자 사신을 보낸다. 조선 역시 일본의 침략에 대비해 통신사를 보내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의중을 알아보고자 하였다. 선조24년, 통신사가 돌아와 아뢰길, 정사는 황윤길은 공격해올 것으로 보았고, 부사인 김성일은 그런 낌새를 발견하지 못 했다고 한다. 동행했던 서장관 허성(더구난 그는 동인이었다.)도 왜침이 있을 것이라 했지만 조정에서는 김성일의 판단이 채택되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임진왜란으로 전 국민이 힘들어 질 것이라는 것을 예상했어야 한다. 그러다 선조 25년 1월,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선 침략을 결정 짓고 총동원령을 내린다. 이 정보는 사신을 통해 조선해 전해졌다. 그랬음에도 경계조차 게을리 한 조정이었고, 일선 장수들이었다고 한다. 때문에 조선은 고니시 유키나가가 이끄는 18,700명의 침략군 선봉대가 부산 앞바다에 나타나고 나서야 침략 사실을 알았고, 상륙을 저지시키기 위한 해전 한 번 없었다고 한다. 처음 대적한 부산진성과 동래 산성에서 정발과 송상현과 군민들이 잘 싸워졌으나 성은 함락되었다. 이 두 싸움을 통해 일본군이 입은 피해는 전사 100여명, 부산 400여 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조선군의 매운 맛은 거기까지였다고 한다. 경상 좌병사 이각은 동래성에 들어왔다가 전투가 시작되자 도망가버리고, 경상 좌수사 박홍은 성과 무기를 버리고 도망갔으며, 경상 우수사 원균은 무기와 배를 바다 소에 밀어넣고 도망갔다고 한다. 5만 명의 군대로 20여일만에 서울까지 쓸어버린 일본군, 그리고 의주까지 도망가기에 바빴던 선조, 하지만 예상치 못한 반격으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꿈이 깨지고 만다. 바로 조선에는 전라 좌수사 영웅 이순신이 있었던 것이다.

32세에 무과에 급제한 뒤 함경도부터 시작해서 많은 공을 세웠지만, 관직은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제자리걸음을 해야 했던 이유는 승진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노력은 커녕 찾아오는 기회도 차버리기 일쑤였다고 한다. 일찍이 이이가 이조 판서로 있을 때 만나보고 싶어했는데, “대감께서 인사권을 갖고 계신 동안은 찾아뵐 수 없다고 여쭈어라.”라고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다 1591년(선조 24년) 전라 좌수사에 제수된다. 그 때부터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이순신은 전쟁 대비에 총력을 기울이는데, 전함을 건조하고, 화포와 화약을 준비했으며, 군사 훈련을 거듭했다고 한다. 조정의 판단과는 달리 이순신은 일본의 침략을 기정사실로 여겼다. 육로를 장악한 일본군이었지만, 이순신만 만나면 백전백패였다. 모든 것을 준비한 이순신의 승리였다. 이순신의 승리가 계기가 되어 경상도에서 의병이 일어나 일본군은 슬슬 기세를 잃고 만다.

하지만 선조는 끝까지 이순신을 폄하하고 원균을 높이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작가는 선조의 행동이 이순신에 대한 질투라고 판단하고 있다. 선조가 이이 처럼 이순신을 몇 번 만나봤더라면 이순신을 신임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주위 신하들도 처음에는 이순신 편을 들었다가고, 끝내 선조의 발언에 동의하고 만다. 다만 이원익을 비롯한 몇몇 만이 끝까지 이순신을 변호했다고 한다. 정말 모두 다 싸잡아 갈아마시고 싶다. 유성룡 역시 나중에 원균 편을 드는데, 너무도 안타깝다. 그리고 그 잘난 사람들 덕분에이순신이 해군에서 물러나자, 칠천량 패전으로 이순신이 애써 키운 수군이 대부분 사라지고 만다.

그 외에 의병이나 관군을 이끌었던 권율, 김시민, 곽재우, 김면, 고종후 등 훌륭한 사람들이 매우 많다.

박시백의 조선 왕조 실록을 11권 광해군일기로 시작해서 10권 선조실록까지 읽었다. (현재 12권 인조 실록까지 나와있음.) 평소에 알고 있던 역사와 약간씩 다른 것이 있다. 예전에 글로 되어 있던 조선왕조실록은 지루했는데, 이것은 만화라서 그나마 괜찮다. 인물을 그리는데 있어서 작가의 시각이 많이 들어가 있지 않나 조심스레 비판해 본다. 사극을 좋아하는 사람, 국사 공부를 필요로 하는 사람, 역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강력 추천을 해주고 싶다. 그리고 꼭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된다. 우리 역사이기에 알고, 정확히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취미이야기/책, 만화  |  2008. 11. 1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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